고양이들은 침묵

etc... 2009. 6. 1. 14:16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아래는 "3장 가마타고 떠난 신혼여행"에 나온 내용중에서...

거의 모든 여인숙에는 알리바바 이야기에 나오는 흉악한 도적들도 쉽사리 숨을 만한 높이가 2피트에서 3피트, 또는 드물게는 4피트까지 되고 지름이 2,3피트씩 되는 커다란 질항아리들이 흔히 담장을 따라 죽 놓여 있다. 그 안에는 갖가지 곡식이며, 절인 음식이며, 보리술이며, 과실주 따위가 들어 있고 어디에나 반드시 꼭꼭 눌러놓은 '김치'라는 것이 있는데, 조선 사람들은 이것 없이는 절대로 밥을 안 먹는다.
발치 아래 마당에는 , 고양이, , 돼지 그리고 오리 따위가 득시글거리고, 종이로 바른 방문 바로 밖에서는 황소와 조랑말들이 우리와 똑같은 지붕 아래에서 요란스럽게 여물을 먹고 있었다. 그러니까 잠을 좀 자려하면 꿀꿀거리는 소리, 꽥꽥 소리, 꼬꼬댁 소리, 푸푸 소리 그리고 멍멍 짖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뒤범벅이 된 소리를 들으며 잘 각오를 해야 하니 잠은커녕 도무지 편안히 쉴 수조차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거개의 여인숙에는 안방이 오직 하나뿐이고 그곳만이 여자가 머물기에 적당하다. 조수와 가마꾼들, 마부들 그리고 다른 여행자들은 사랑방에 들었는데, 꼭 통 속에 백빽이 들어찬 것 같았다. 주인 식구는 큰길 가에 있는 커다란 여인숙이 아니면 이웃집에서 밤을 보냈다. 조선에서 아주 큰 일류 여인숙일지라도 객실이 아마 다섯 또는 여섯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방이 많은 여인숙을 본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이다.


번역과정에서 빠진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고양이 소리만 없는 것을 보라구.

물론 고양이들도 발정기 때는 좀 많이 시끄럽고, 밤에는 장난치고 논다고 '우다다' 하며 소란스럽지만
보통은 (도도해서) 조용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듯.



하지만 꼭 그렇게 조용하기만 한 건 아니다.
새벽 5,6시 무렵에는 꼭 산타녀석이 닫힌 내 방문을 파내기라도 할 듯이 투닥투닥 두드려대고
그리고 산타특유의 구슬픈 음색으로 '야옹, 야옹, 야옹,야옹'이라고 끈질기게 울어댄다.
녀석의 목적은 아마도 내가 데리고 자는 환희 내놔라 인거 같은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재키선장과 또 다른 등장인물이 나눈 대화 중에
세상이 좁아져서 해적들이 있을 곳이 없다느니, 아니야 꼭 그런건 아니라느니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

...언더우드 부인이나 마르코폴로, 찰스 다윈, 우주로 보내진 멍멍이 라이카, 만화 원피스의 해적의 시대....
미지라 신비하게 여기든 무지라 계몽해야 하든
이전 세기는 탐험에 대한 열정이 강렬했던 것 같다.
그 시대( 딱히 집어서 '언제'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얼버무리둥둥 )에 나온 다른 저작물을 봐도
지금 이곳을 박차고 달려나가면 펼쳐질 신세계에 대한 동경이 엿보이지.
이국적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진 이미지라든가,
오리엔탈리즘의 향수라든가.
아무래도 좋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저 대화는,
나랑 동시대를 살고 있는 영화 제작자들이 이미 느낀 바일 거야.
위에서 말한 '언제라고 말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둥둥하는 모험의 시대'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말이지.

물론 얼버무리둥둥 모험의 시대에 대한 환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나중에 은퇴하면 마야잉카 이집트 고대문명, 그런데를 여행할 거예요!!"
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하는데
상냥한 나는 '우왕 ㅋ멋짐ㅋ'이라고 맞장구는 쳐 주지만, 그런 경우 솔직하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거기 가 봐도 당신이 원하는 감춰진 고대문명 같은 건 없다구요, 안전한 관광지만 있지'라는 종류의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



아무튼
영화에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뜻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
달려가는 모험의 시대(푸훗)가 끝난 듯한 지금 세기에도 어딘가에 신세계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느낌인데
그렇다면 지금 현재 탐험해야 하는 세계는 바로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싶기도 하고.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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