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앞으로 다니는 김포공항행 버스는 시 외곽지역을 지난다.
그래서 그 버스를 탈 경우 중간에 내려서 집까지 30분 정도를 다시 걸어가야 되는데
변두리 지역의 한적함과 무심함이 마음에 들어서
가끔씩 그렇게 걸어다니곤 했다.
여름이니까 어차피 해도 길고..


그러다가 저녀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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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 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그냥 앉아 있을 뿐이니깐 딱히 몸을 감춘 것도 아니고
그냥 저러고 앉아 있으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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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데도 특별히 경계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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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의 녀석이 조금씩 커지는 건..  한걸음씩 다가가서 찍었기 때문인데
(내 핸드폰 카메라에 줌 기능 같은 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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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내가 선 채로 다가갈 경우 너무 높아 보이는 내 모습이 위협이 될까봐
되도록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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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뒤에 숨어 있는 녀석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울어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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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발자국씩 다가감에 따라 자기도 한발자국씩 물러서던 녀석이
(내 한발자국=30cm 녀석의 한발자국=7,8cm?)
결국은 수풀뒤에 숨어서 울고 있는 녀석 쪽을 돌아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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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뒤의 녀석이 어딘가로 더 숨어버리니깐
나랑 자석놀이(아.. 그러고보니 이런게 자석놀이였어..같은 극 자석놀이 ㅎ)를 하던 녀석도 결국
수풀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녀석이 좀 특이해 보였던 건 자기한테 다가가는 '사람인 나'를 별로 두려워 하지 않더라는 거.
길에서 보는 고양이들이 사람들 눈치 보면서 음식 몰래 주워먹다가
사람들의 가벼운 몸짓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선 너무 갑작스런 몸짓인지라 위협으로 느껴질)
그런 가벼운 몸짓 하나에도 도망쳐 버리는 데 비해서

녀석은.. 너무 당당하지 않은가.
아니, 당당하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저곳이 녀석의 영역이라면 침입자는 나니깐
주인 입장에서 자기 영역을 지나가는 데 대해서 허가를 해주겠다는 여유있는 자세..
아무튼 보기에 좋았다.
기분이 좋아져 버린 나는 녀석이 시키면 저곳을 기어서라도 지나갈 수 있었다구 ㅋ

그래서 그런지 함부로 길고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느낌이었다.
길거리.. 에서 사는 고양이라기보다는 자기 영역에서 여유있게 사는 듯한 고양이에게
'넌 길에서 살고 있으니깐 길고양이야!'라고 할 순 없는 거잖아.


아쉬웠던 건
녀석에게 어떻게 호의를 보여야 할 지 모르겠더라는 점.

'미소'라는 건
사람들 사이에선 보통 호의의 표시로 인식되고 있지만
(반어적인 의미로도 쓰이긴 해 ㅋ)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은 짐승들 입장에선 그 싸인(스마일)의 의미를 알 길이 없을테니.

역시 난 정말 모자르다.
낯선 고양이랑 친해지는 법도 모르고..


분발하도록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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