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Review** 2008. 5. 16. 00:34

JFK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동유럽의 작은나라, 자신의 조국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졸지에 국적이 없어진 채 공항에 남겨진 남자의 9개월 동안의 생존기
영화 '터미널'



터미널에 대해 어떤 평론가들은
이야기 전개가 진부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을 했다.
하지만 겨우 이렇게 밖에 못하는 비판이야말로  
ready-made answer 처럼 진부해서 그래서 사실 좀 지겹다구
영화의 맥을 못 읽은 소리처럼 들려서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건 일본판,독일판 터미널 포스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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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전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흑흑'
이런식으로, 징징거리는데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을 위한 일본용 포스터..

'삶이 기다리고 있다'라며 역시 공항에서 꼭 나가야 한다는데 주로 초점을 맞추면서
한편으론 갇혀버린 인간, 소외된 인간군상들을 강조한 왠지 철.학.적(ㅋ)인 독일용 포스터..

9개월간의 공항 생존기에서 발생하는 각종 희비극들보다는
가여운 남자가.. 공항에 갇혀서.. 아버지의 유언도 못지키고..
이런 쪽으로 포인트를 잡다보니..
왠지 경건하고.. 지루하고.. 뻔하고.. 진부하고.. 평범하고..상상력이 결핍돼 보인다는 거지.

주인공은 공항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 게 아니라
일도 구했고 연애도 했고 친구도 사귀고 약물검역문제를 융통성 있게 해결도 했고 타인의 큐피트 노릇도 했고
그렇게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았다

근데도 이 재미난 영화에서 대체 왜 저런 지루한 테마 밖에 뽑아내지 못하는 걸까?
그러니까 저기 위에서 말한 평론가들의 그저그런 비판이 맘에 안드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터미널은 (적어도 나에게..)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 걸까?


일단 우리나라에서 홍보용으로 쓰인 터미널 포스터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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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얼빵(어벙으로 고치자..바른말 고운말..;;)해 보이는 아저씨가 보이고
(고개 쭉 내민 모습 정말 안습;;; 낯선곳에서의 내 모습도 아마 저렇겠지? ㅎㅎ)
큰 제목 밑에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행'이라는 부제 비슷한 것도 덧붙여져있다.
예상못한 공항유폐에 대해 특.별.이라고 표현해주는 걸 보면
주인공이 공항안에서 겪는 해프닝에 나름 유쾌한 시선을 유지한 상태로 만든 포스트란 뜻일거다.
게다가 '9개월 기다렸는데 더 기다릴까요?'라는 말에 이르면~


터미널에 대해 긍정적인 평들을 보면
일단 영화속 각종 기발한 상황들에 대한 호의가 엿보였고
감독의 상상력에 대한 호감도 느낄수 있었다.



나도 영화 터미널에 아주 많이 호의적인 관객이었다.

내가 터미널을 재밌게 본 건..
실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고 널린
작위적인 싸구려'휴머니즘'을 기대하고 영화를 봐서가 아니라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에게 일어났을 수도, 일어날 수도, 얼핏 상상해봤을 수도 있는
그곳..의 여러가지 디테일한 현실을 즐겼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실화를 처음 접했을 때 감독이 최초로 느낀 감정은 '연민'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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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이 있고 두려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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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함이 있고, 무수한 타인들이 있고, 모르기 때문에 더 넓게 느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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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상황에 좌절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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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은 전개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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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그 난처한 상황들 자체가 낯선곳에서의 쏠쏠한 재미아닌가.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이 그간 공항에서 보내왔을 시간들과 그 시간에 그 사람이 했을 생각들을 엿볼수 있는
이 영화속 상황 하나하나가 정말 맘에 들었던 것이다.




예전에 어떤 스님께서
성불한다는 건 사실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거라고..
그래서 각종 Buddah들(아미타불..미륵불..)의 이름이 사찰안의 건물 하나하나에 붙여져 있는 것 역시
그 건물한채가 그 buddah의 세계라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그런 비슷한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꼭 불교가 아니더라도
그래, 그리스도교..
그리스도교의 이름으로 우리는
2000년 전 예수가 만들었던 세계속에서
2000년 전에는 예수 혼자서 꾸었던 '박애'라는 꿈을
지금은 함께 꾸고 있는 것이다.
(그저 꾸는 척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겠지만..)

그런식으로 생각해 보면
2시간 가량의 영화 러닝타임동안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세계에서 감독의 꿈을 함께 즐긴 나는
어쩌면 2시간짜리 신자가 돼 있었던 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간증합니다. 저는 2시간 동안 스필버그가 창시한 터미널교의 열혈신자였습니다 ㅋㅋ)



사실 종교를 선택.. 하듯이
애초에 내 입맛에 안 맞았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감독이 꾸는 꿈들이 맘에 들었고
그건..
공항이든, 기차역이든, 버스터미널이든, 여객터미널이든...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그 장소들 자체의 매력에 대해
나 또한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 꿈에 쉽게 동참할 수 있었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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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고작 영화본다는 핑계로 굳이 시외지역인 김포공항CGV까지 나다니면서
가끔씩 김포착륙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행기의 적나라한 배부분을 가까이서 올려다보게 될 때
왠지 흐뭇하고 설레던 느낌을 살려서 만들어본 이미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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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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