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etc... 2008. 5. 13. 18:00




고양이와 함께 산다고 하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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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냐고..
대화를 나눈다기보다는 고양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냐고..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난 안 그런다.
어릴 때도 곰인형과 친구마냥 대화를 하거나 한적도 없었고
그러니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주위에 말을 할 사람이 많았거나
아니면 내가 애초에 나자신과 만나는 걸 꺼리는 타입이었거나.





온라인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인간관계가 헐거워진건지
오프라인에서 점차 헐거워지는 인간관계를 온라인에서나마 보상하려고 하는 건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분명한 건..
그나마 때맞춰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발달해줬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점차 늘어가는 소외가 완전한 고독으로 이어지진 않게끔 됐다는 정도.

인간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에서처럼 죽음을 무릅쓸 정도의 강렬한 욕망이라고 했다.
그런데 때맞춰 발전해준 이..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계속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지.






하지만 가끔씩은 메아리처럼 자신이 하는 말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그러니깐 도플갱어(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서와 같은..)같은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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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썩 적절친 못하지만(포인트는 진동하는 추..)
저 진자가 에너지 손실없이 계속 좌우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하는 말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 말을 그대로 나한테 다시 메아리치게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랄까.

우라사와나오키의 '몬스터'에 보면
이란성 쌍둥이 요한과 안나는 이란성임에도 외모까지 흡사한데
뭐 그 사실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어릴 때 안나가 겪은 무서운 일을
요한은 자기가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부분(이거이거.. 스포일런가? ㅎㅎ)에서..

그러니깐 안나는 당시..
자기가 겪고 온 일에 대해
쌍둥이인 요한에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아마도 그렇게 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안나는 요한에게 같은이야기를 하고 또 한 것이다.
덕분에 당사자인 안나는 그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 벗어났지만
이야기를 들어준 요한은 오히려 자기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믿게 돼 버릴만큼
그렇게 안나는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요한에게 쏟아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백설공주 계모의 거울은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그 거울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평범한 하나의 거울일 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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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매일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르는 상대, 내 거울..
'거울아 거울아 이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응? 나라구? 그럼그럼 , 당연하지 ㅎㅎ'





결론은..
그나마 이런 온라인이나마 없던 시절에
사람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고독을 견뎌내는 방법 중에는
'거울과의 대화'도 있었다.. 정도?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역사라는 건 '개개인이 고독을 견뎌온 시간 꾸러미' 라고 말할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그 고독이라는게 고작 100년 정도일 리가 없는거야.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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