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학습이 없는 방과후의 학교나 선생님들이 안 계신 일요일의 학교,
그런 때의 학교 교실에서
어둠의 경로(아직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를 통해 구해온 일본영화(당시에는 비디오테이프였음)를
친구들과 함께 보곤 했다.
'바다가 들린다' 도 그때 친구들과 함께 본 일본 애니 중 하난데.
바다가... 들린다구?
사실 이 이상한 제목 때문에,
이 영화 제목이 '보인다'인지 '들린다'인지로 친구들과 잠깐 설전을 벌인 기억도 있다 ㅋ
그렇다면..
보이는 것과 들리는 건 대체 얼마만큼 차이가 있을까?
감각을 수용하는 스타일 자체만 놓고보면 듣는 것과 보는 건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둘다 어차피 특정 파장과 진동수를 가진 에너지니깐
그러니까..
보이는 건 가시광선 영역이니깐 좀더 짧은 파장,높은 진동수일테고
들리는 건 라디오파보다도 더 낮은 진동수, 긴파장의 에너지가 고막을 울리는데서부터 시작되는 거고..
후각이나 미각같은 화학수용기와는 다른 스타일인 것이다.
만약
들리긴 하는데 보이진 않는다면?
영화 '데어데블'을 보면, 어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주인공의 듣는능력이 엄청나다.
소리를 통해 사물과 사람들을 '볼수도' 있을 정도!
그러니깐..
일단 어떤 종류의 소리든.. 소리가 발생하면
그 소리는 사람이나 사물에 부딪혀서 새로운 파장을 만들어낼 테고
주인공은.. 그 부딪혀 나온 새로운 소리(정상적인 인간의 가청영역은 아니지만 암튼...)를 통해
사물이나 사람을 시각화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샤워기의 물을 틀어두고
좀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물이 떨어질 때의 소리와 좀더 낮은 곳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때의 소리는 다르니깐,
그런 식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나 부딪히는 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 표면의 굴곡까지도 확인이 가능한..
우와~~
이 정도라면 정말 시력같은 거 없어도 되겠다!!
그런데 반대로..
보이긴 하는데 들리지 않는다면?
좀 오래된 이야긴데
이른 아침이라 아주 조용한 출근 전철안에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잠자리 한마리를 발견했다.
아직 살아있는지 벌써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초큼 놀라서 '악!'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조용한 전철안에 있던 몇 안되는 사람들 중 아무도 내 '악!'소리를 못 들었다.
다들 자기만의 소리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전철이 멈추고 사람들이 타고 내렸는데(나도 다른 쪽으로 내렸다)
아..
그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길바닥의 잠자리는 자기만의 소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발에.. 그대로 밟혀버렸을까?
보이기도 하고 물리적으론 들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건..
고양이들.
난 정말.. 이녀석들이 하려는 말을 못알아듣는다.
마치 각자 거울 너머의 세계(란 게 있다면)에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은 서로의 행동들을 보긴 하는데
서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듯해 왠지.
소설 '타나토노트'에선
사람은 죽을 때 모~~~든 것을 알게된다고.. 작가는 일단 그렇게 정해두고 있다.
그게 혹시 정말로 그렇다면..
나도 언젠가는 녀석들이 나를 향해 낸 소리들의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ㅎㅎ
살다보면 가끔씩 누군가들의 말에 내 여.린.마음이 마구 스크래치를 입을 때도 있다.
그건..
요즘 생각하기론..
나만의 소리에 빠져 있는 나..에게 자기 소리를 좀 전달하고 싶어하는 누군가들이
나만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내 주변의 유리벽에 아주 살짝 구멍을 뚫어서(교도소 면회갔을 때 있는..유리창처럼)
그저 자기 말소리가 좀 들리게끔 하려고 한 게..
서투르게 과도한 기스를 내버려서..
그래서 내 입장에선 그게 스크래치를 주는 비수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난 다~~~~~~~~~~~ 이해한다구!!
(아니,갑자기 웬 착한척?)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