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를 깨자

환/희/동 네 2008. 5. 10. 04:34

평소에 우리 집 고양이들의 생활공간 속에 화장지를 두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화장지가 녀석들 눈에 띄면 ↓이렇게↓ 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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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실수로 화장지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나갔더니 내가 없는 사이에 ↑저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긴 즉시 지적하지 않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그걸 트집잡으면
고양이(와 개)는 자기가 이유없이 야단맞는다고 오해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깐 이상황에 대해 야단같은 걸 치는 건 금물.


사실..
비단찢는 소리에 미소를 짓는 포사를 위해
나라에 망조가 들 만큼 비단을 찢어댄 유왕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깟 화장지 하나가 대순가 ㅎㅎ


청소하는 건 뭐.. 쫌 귀찮지만
저렇게 마구 어지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고양이란 녀석들은 참..
자연스럽다.



전우주적으로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흐름은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증가하고 그와 더불어 자체에너지(엔탈피)는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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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람은 이런 자연스러운 전우주적 규칙(=무질서화)과 역행하는
질서정연한, 그래서 복잡한 구조를 가졌고 그래서 항상 가장 위태로운 존재다.
(사람외에 다른 생물도 나름 복잡한 구조를 가졌지만 사람은 특별히 잘난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가장 그렇다)

영화 '엑스맨'에서
후천적으로 엑스맨이 될 뻔(?)한 남자가 결국 물로 분해돼 버리는 장면은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고작 물 비슷한 것에서부터 하나의 사람이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표현한 것이기도 하니깐..
그 장면을 보고 있자면 문득..
사람이 그저 물리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만도 얼마나 많은 질서..
즉, 복잡성으로 채워져야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스스로도 이미 버거울 만큼 고차원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에는 더 많은 인위적 질서로 채워진 곳에서 주로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그럴 때 필요한 게..
스스로 어질러 버리는 일이겠지.
(강박증이라는 위태로운 정신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청결과 정리정돈에 심.하.게. 집착한다.)


접시를 집어던져서 깨버리고 화장지를 닥치는대로 잡아뜯어버리고..
그렇게 주변의 복잡성을 타파해 버리고 무질서한 상태로 만드는 게 정신안정의 한가지 방법이란 거다.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화장지를 찢어갈기는 행동처럼.

(온전한 접시와 깨져버린 접시중에서 더 복잡한 존재..즉, 더 질서정연한 존재는 온전한 접시쪽이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았을 때 온전한 접시하나가 세상에 존재할 확률은)
(깨어 부서진 접시가 세상에 존재할 확률보다 더 낮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찢을 화장지도 쪼끔 남겨두지 그랬어.
의리없는 것들.
ㅎㅎ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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