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JIFF 에서 본 영화들.
딱히 넣을데가 없어서 리뷰카테고리에 넣긴 했지만
실은 영화 보면서 그냥 지나가 버렸을 수도 있는 그저 여러가지 단상들이다.


1. 섬이되다 Island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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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으로 격리된 사람들이 사는 곳, 소록도에 관한 다큐영화

옛날에 학교다닐 때
염색체 이상으로 선천적으로 기형(ex>다운증후군)인 경우와
발생과정중의 문제로 생긴 기형(ex>태아알콜증후군)의 비율이
생각보다 꽤 높다는 걸 의아하게 여기는 학생들에게 교수님은..
그들이 '격리'돼 있어서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숫자가 이상하게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영화에 나온 어린 학생들처럼 나도 나병에 대해 잘 모른다.
'킹덤오브헤븐'에서 예루살렘의 왕
'쓰리시즌'에서 어떤 사람
이육사 시인(이 아니라 '한하운'시인이라고 함;;;;;)
그 정도만 알고 있는데..

소록도에 대해 그간
'이제는 너무 살기 좋은 평화로운 곳'이라고 아주 희망적으로 말하는 분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런 분들이 아무리 긍정적으로 소록도의 외형을 치장해 주려 해 봤자
현실은
한번뿐인 인생을 고립되고 격리된채로 살아온 사람들의 섬이라는 거.
육신은 껍데기일 뿐이고 그래서 주변의 죽음도 슬퍼할 일이 아니며 그저 내세만을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섬.
연락을 보낼 사람도 없고 연락이 올 사람도 없으니 그렇게 섬이 돼 가는 거지.

영화자체와는 별도로 어느 할아버님의 저 말씀↑을 듣고 왠지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섬'이나 '봄여름가을겨울','활'같은 경우는
물이라는 물리적 장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영화들이고
그 중에 영화 '활'은 특히 많이 성숙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마냥 염세적으로 되지도 않았고, 마냥 천국을 꿈꾸는 것도 아니고
뭔가 감독님의 정신적인 도약이 느껴진..(난 대체 왜이렇게 건방질까 ㅠㅠ)

그래서 소록도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냥 내세와 천국만 꿈꾸도록 하는 것보다는 그런 정신적 도약의 기회를 가질수 있도록 하는게 그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





2. 허니드리퍼 Honeydri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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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배경인거 같은데
흑인들이 아직 半매매 되는 그런 풍토같았는데도
그래도 웃기기도 했던 영화.

내용은 그저 그랬고 대사가 몇개 좀 맘에 들었는데..

'음악도 못알아듣는 주정뱅이들이 졸다가 가지'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고, 그리곤 아무도 그 리듬을 깰 수 없도록 해'

'그때 거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걸'

'장님이 아니라 벙어리가 됐어야 했는데'






3. 글로벌메탈 Global M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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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여러나라.. 주로 메탈을 최근에 받아들인 나라들에서 메탈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
그 얘기를 하고 있다.
(인류학적..운운하는 말은 그냥 빼자. 그런거 없었어.)

인도의 한 메탈팬은 인도 음악에 대해 맘약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소심한 음악 이라고 했는데
글쎄 그렇다면..
내생각엔 메탈팬들이 오히려 마음 약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다.
에로스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표현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부드럽고 소심한 음악이 아닌 강한 어떤 걸 원하는 메탈팬들은
실제로는 유.순.한 사람들이란 말이 되는 거기도 하니깐 ㅎ

사실 메탈팬들이 말한 그 느낌들..
내가 아닌 좀더 큰 어떤것에 포함되는 느낌이라든가
사회에서 억눌린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메탈을 원한다거나 하는 건..
(이런 말까지 하긴 좀 그렇지만)
광란의 디오니소스제를 연상시킨다.
이럴테면 '영매'라는 것도 어느 정도 자기를 저버려야 하는 일이고..
그래서 심적으로 좀더 말랑말랑해야 가능할테니깐..

이 다큐멘터리에서 맘에 안 들었던 점은..
감독이 메탈이 각나라에 퍼져나가는 걸 기쁘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왠지 식민지시대의 '선교사'가 떠올랐다는 거다.
왠지 그랬다.
왜그랬을까?

아 그건..
후진 사회의 나쁜 상황들에 대한 탈출구가 돼 주는 메탈
(메탈을 이제서야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대체로 사회체제가 좀 후진적?인 나라들이었다)에 대한
얘기는 각 나라마다 돌면서 열심히 보여줬는데..
그렇다면 지금 ..
메탈이 생겨난 자기나라들(감독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지?)에서의 메탈은
현재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자기나라들에선 그럼 메탈은 없어져도 되는건가..
뭐 이런 종류얘기는 아예 안 했다는 점.
그 때문인거 같다.

그러니깐 감독이 여러 나라를 살피면서 기뻐하는 방식에서 왠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찾는 기운이 느껴졌다고..
마치 수혜를 베푸는 듯한;;
각 나라만의 독특한 메탈(그나라 고유의 악기를 이용..)얘기도 조금 하긴 했지만
그런 부분에선 오히려 식민지시대에 친동양적인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 비스무리한 걸 느꼈다
(아무래도 심야영화라서 잠을 견디면서 보다보니 엄청 예민해져 있었던 거 같다 나..ㅋㅋ)

암튼
메탈이 사람들이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데 있어서
기성복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덴 공감하지만
작업남 소지로의 좌우명 一期一會 라는 말처럼 일체감은 분명 어느 한순간이고
그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에서는
사람이란 동물의 특성상 금방 분별심이 생기게 마련..
그래서 이 일체감이라는 선량한 본질이 사람들의 분별심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악용될수도 있다구.

그리고 그런그런 사실보다 내게 더 중요한 포인트는
난 스스로 이미 많이 강해서 쉽게 날 저버릴 수 없다는 바로 그거..






4. 조이디비전 Joy D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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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락그룹 조이디비젼에 관한 다큐영화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이안커티스에 대한 얘기 위주였고..

옆에서 뒤에서 주위에서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보여줬어야 한다고 막 짜증내고 그러던데
다들..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라도 보면 그..와 그의 자살..이 이해가 될거라고들 생각하는 걸까?

배가본드에서 다케조의 칼에 베어지기 직전의 요시오카 세이쥬로는
난생 처음으로 어깨에 얹혀진 짐이 무겁다고 느끼고 그렇게 느끼는 순간 죽음을 맞는다.
뭐 그렇다구..

그래서 나도 그때 거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걸...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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