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tual Image(虛像)

etc... 2008. 3. 8. 21:45


이제 봄이 오긴 오나보다.


환기때문에 잠시 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왠지 훈훈해서(따뜻한 바람이란 뜻은 아니고..)

창옆의 낮은 책장에 걸터앉은채로 창틀에서 턱을 괴고 '봄이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니, 봄향기를 음미하려 했다고 말하는게 더 낫겠다.



그랬는데..

우리집 고양이 녀석들이..

분위기 잡고 앉아있던 내 뒤에서 계속 소란스럽게 뛰어다녀서..

도무지 그 훈훈한 분위기에 집중이 안되는 거였다.

아니 이놈들은...

고양이의,고양이를 위한,고양이에 의한.. 나른한 계절,

..봄도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

왜 이렇게 소란을 떨고 있나 돌아봤는데..

내가 움직일 때마다 셋이서 우루루 몰려다니고 있네.

아..

대체 왜 저러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고봤더니 내 머리끈에 붙어있던 유리장식때문이었다.

창가에서 햇빛을 받고 앉아 있다 보니

유리장식에 햇빛이 반사돼서 벽에 허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머리를 살짝 끄덕일 때마다 반사된 이 허상들은 훨씬 와일드하게 움직여져 버리니

우리 고양이들은..

'왠놈이..?'라는 생각에 그 허상을 쫓아다닌거였고..

(장난감으로 쏴 주는 레이저빔이든.. 날아다니는 파리든.. 머리장식의 허상이든.. 고양이 입장에선 매한가지...)

암튼 그렇게 봄은 이제 다 느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거..

내 등뒤에 있어서 알아보기도 힘들었지만

역시나 뒤쪽이라서 사진으로 찍기도 힘들었다.

거울을 이용해서 간신히 찍긴했는데..

보니까 왠지 플라네타리움같은데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분위기 있는 플라네타리움이란 곳도 결국 허상인건가? 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문제의 머리장식...

머리끈 가운데 동그란 유리(?)장식..




난 사실 본격적인 셀카세대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친구들 몇은 본격적인 셀카세대처럼 군거 같기도 하고..;;)

막상 거울 두개를 이용해서 뒷모습을 찍으려고 애쓰다보니..

셀카짓 비스무리하게 사진찍는데 열중해버리게 됐다..ㅎ


까칠하게 따져보자면 그건..

허상의, 또 허상의, 다시 또 허상이라고 해야 하려나..?

1. 사진이란게 원래 허상이고

2. 그나마도 거울속의 이미지라서 또 허상이고

3. 셀카를 찍느라 꾸며진 내 모습이 다시 또 허상이니깐..


...그래도 뭐 재밌었으니까.




어디서 들은 말인데..

사진속의 당신모습이 생각보다 별로라 해도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

사진속의 모습은 거울속의 모습보다 훨씬 왜곡된 모습으로 보이니깐..

덜 왜곡된 거울속의 아름다운(?) 자신을 보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그렇게 말을 하더군, 누군가가.


..더 왜곡되고 덜 왜곡되고..

그럼 진짜는 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ㅎ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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