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이후 한창 영화관 분위기에 홀딱 빠져서 지낼때는
기분이 좀 울적하다 싶으면 그냥 영화관에 가서 아무 영화라도 표를 끊어서
기어코 상영관 안에 내 몸을 들어앉혀야 안심하고 편안해지기도 했다.(일종의 중독..?)
한동안 그런 이상한 이유(영화관 분위기)로 영화관을 찾다 보니 
'사실은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영화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 건가' 착각하게 되기도 하고
복합상영관의 왠지 모를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을 뿐인데도, 자꾸 영화관의 아늑함에 목을 매다보니 
어느샌가 아무 영화관이라도 그냥 영화관이라면 OK 라고
약간 습관적으로 빠져들게 돼 버린 경향도 있다.

일주일 몇번, 심할 때는 거의 매일 영화관에 가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입장에선 영화표를 구입하는 비용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는데...

그러던 중 2002년 무렵 통신사 영화할인이라는 게 생겼다.
우와~♥



당시 저 제도가 처음 시작될 때는
단순히 '얼마 할인'이 아니라, 한달에 한두번은 아예 티켓값을 내지 않고 영화를 볼 수도 있었다.
오.....!!!

이런 통신사 영화할인제도에 힘입어 2002년도에는 정말 많은 영화를 봤다.
그러니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날에는 영화를 꼭!! 보러 갔다
시험이 코앞에 있든 말든.. 볼만한 영화가 있든 없든.. 영화관 상태가 좋든 싫든..
아, 옛날이여...





한국 영화시장이 점점 커지고
외국에서 자국 영화의 국제적 흥행여부의 가능성을 한국개봉을 통해 확인해 보기도 하던 2000년대 초반..
영화관들은 어떻게든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으려고 노력을 한 것 같다.

CGV 조조할인도 이 무렵에 생겼던 것 같다.


이문세의 '조조할인'이라는 노래에
'돈 오백원이 어디냐고~♬ 난 고집을 피웠지만~♬ 사실은 좀 더 일찍 그대를 보고파~♬'라는 가사가 있는데
바로 이 무렵부터라면 조조할인을 핑계로 일찍 만나는 것이
옛날 사람들이 대는 오백원 핑계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핑계거리가 될 수 있는 거다.
조조DC요금이 덮어놓고 4000원이니깐!!
우와~♥





얼마전, 새로 생긴 영화관에 별 생각없이 들어가서 영화표 발권을 하고 결재를 하려 하는데
담당 직원분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돈은 안 내셔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티켓을 건네줬다.
알고 보니 개관기념으로 영화표를 무료 발권해 주고 있다는데
그런데도 티켓을 생략하지 않고 꼭꼭 챙겨주는 개념100점 영화관..!







원스라는 영화가 꽤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보러 갔었다.
근데 상영시간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서 발권이 안되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앗싸, 발권성공!!
그리고 얼른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이 영화 ..
어릴 때 음악학교 입학시험 실기전형 도중에 어떤 채점관이 주의를 흐트리는 바람에 시험에 실패한 여자가 나이 들어서 우연히 그 채점관을 다시 만나서 복수한다는 내용의 영화가...
대체 뭐가 재밌다는 건지...;; 
투덜대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데 문득 영화티켓을 확인해 보니
어라!! 영화상영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그러니까 일은 이렇게 된 거다.
저기 위에 티켓에는 8시 4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나는 (아마도) 7시정도에 시작하는 영화표를 발권하는데 간신히 성공했다고 믿고
상영시간 확인은 하지 않은채 영화상영관만 보고 바로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로는 발권가능시간이 지난 바람에 애초부터 다음회차인 8시 40분 영화가 발권이 된 것이었고
난.. 다른관에서 영화 '원스'가 상영되고 있는 것도 모른채
5관에서 '어린시절의 사건에 대한 복수'영화를 본 것이다.

결국..
하필 내가 본 그 영화에 '피아니스트'가 나와서, 그리고 하필 '원스'의 영화정보를 하나도 확인하지 않고 가서 생긴 일이다.

8시 40분을 앞두고 상영관에서 나온 나는... 비록 이후 시간대에 약속이 하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다시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ㅎㅎ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 '원스'는 초반이 살짝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중에 나와버렸다.(영화를 보는대신 약속을 지키는 쪽을 선택함)
게다가 영화초반의 '별로'라는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후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 영화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영화 원스를 볼 생각을 안했는데
그러다가 얼마전에 다행히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thanks~♥)

그러니까 요점은,
관객도, 영화관 직원도 영화티켓 확인은 꼼꼼히
ㅋㅋ





만화 '두사람이다'를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영화도 꼭 보고 싶었다.
문제는 이 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에, 그것도 아침에 영화관을 찾아서
나 외에 다른 관객이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는 영화 시작 시간 9시 40분을 넘겨서 영화관에 도착했다.
그래도 미리 예매를 한 티켓이기 때문에 숨이 턱에까지 찬 상태로 얼른 발권을 해달라고 말을 하는데
거기 직원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아직 상영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손님 혼자서 그 영화 볼 수 있겠어요? 지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Navi. :  말도안돼, 혼자서 공포영화를 볼 순 없다구요, 안볼래요 ㅠㅠ) 네, 그럼 다른 영화라도 보세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어때요? 이거 되게 재밌어요 지금 시작하는데 (Navi. :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걸로 바꿔주세요!!!)"

하핫, 영화 전문 사이트에서 공포영화보기 이벤트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1.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혼자 공포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는가'를 겨루는 게임이나
2. 공포영화를 보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하면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의 게임

대체 어떤 사람이 저런 이벤트의 승자가 되는지는 몰라도
그런 이벤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혼자서도 당당히 '두사람이다'의 상영을 요구할 수 있었겠지 ㅠㅠ





공포영화에 관해서, 비슷한 시기에 역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이 영화도 거의 종영될 무렵, 상영 끝물 무렵에 보러갈 결심을 했는데
인터넷으로 예매를 할 당시에는 분명 두 자리가 이미 예매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영화를 예매했는데
실제로 영화관에 가니 왠걸.. 영화를 보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님들하.. 영화를 예매했으면 얼른 보러들 가시라구요ㅠㅠ
소설을 읽어본 결과 검은집이라는 영화가 그렇게 무서운 영화는 분명 아닐텐데도
도저히, 상영관 안에서 그 미묘한 공포를 혼자 견딜 수가 없어서 20분만에 결국 도망쳐 나왔다.
도망쳐 나와서는 옆관에서 상영하고 있던 트랜스포머를 '세번째'로 재밌게 봤다. 훗~






영화를 누구랑 함께 보는 건 사실 많이 귀찮은 일이다.
..내가 보자고 한 영화가 어딘가 어설프다면 영화보는 내내 괜히 상대방의 표정에 신경이 쓰이고,
..서로가 영화에서 추구하는 가치(으응..?)의 포인트가 달라서 영화가 끝난 후 감정적으로 어긋난 티가 확 나는 것도 불편하고
(난 완전 별론데 상대가 영화 너무 좋았다고 말하면 맞장구 쳐주기도 짜증나고 반대로 너무 재밌었는데 상대방 표정에서 완전 김이 빠져 있으면 그것도 참 곤란), 
..영화내용에 빠질듯 말듯, 그래도 좀 집중해서 보고 싶은 영화인데도, 너무 몰입해서 행여 울어버리기라도 하면 상대에게 너무 쪽팔리니깐 적당히 감정에 선을 긋고 영화를 봐야 하는것도 거북하고,
..영화에 깊이 감명받았는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 감정을 얼굴에 다 담고 있는걸 상대가 보는 건 너무나 창피한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영화를 함께 보는 건 너무 귀찮은 일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내 친구중 하나도 공감을 하더라구.

그러니깐 누구랑 함께 영화를 볼 때는 영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뭔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게 중요하니까
가볍고 즐겁고 유쾌한.. 요즘 잘나가는 '과속스캔들'같은 영화를, 상대와 '함께'본다는 사실에 주의하면서 재밌게 보면 되는 거다.

그에비해 정말 '보고싶은 영화'라면 혼자가서 편하게 보고 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보고 싶은 영화를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요즘은 전산으로 다 처리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아예 발권이 되지 않는다.
ㅉㅉ 그러게, 보고 싶은 영화라면 당연히 미리 예매를 해둬야지...
미리 예매를 해두면 시간이 지나도 발권은 되는데 (바보구나 너~)
...아무튼 이런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때는..
일단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몇관에서 하는지 영화관 직원에게 확인 한 후
지금 시작하는 아무 영화나 영화표를 끊고 개찰을 한 후
미리 확인한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되는 상영관에 들어가서 보면 된다.
나름 취향이 고상해서(풉!) 남들 안 보는 영화만 보는지라 이 영화가 절대 매진이 될 리는 없다ㅋㅋ

이 좋은 영화의 누적관객수에 내 표 하나를 얹어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은걸 어쩌란 말인가..!!
('그남자의 책' 관객수에서 내 표 하나 빼주세요-ㅁ-)

아, 얼마전에 알았는데 프리머스 시네마에서는 영화시작후에도 몇 분 정도는 발권이 가능하더라고.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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