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팝콘냄새, 포근한 감촉의 바닥, 눈에 꽉 차는 넓은 화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서라운드 입체음향, 비밀스런 어두운 조명
영화관을 비좁게 채운 다른 관객들도 영화 시작과 함께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오직 영화와 나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
...그래, 나는 영화관이 좋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1999년 처음으로 강변 CGV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일종의 문.화.충.격.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 무렵, 그런 복합상영관이 처음 생긴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이야 어디에나 흔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지만 당시엔 그게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촌스럽다고 비웃어도 ㅠㅠ)

그리고 그때부터 영화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팜플렛을 모으는 건 이해가 되는데('잘 모으다 보면 팜플렛이 돈이 되기도 하더라'는 충고도 해주면서 ㅡㅡ'')
영화표를 모은다니, 그거 모아서 뭐하게?
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관에 친밀함을 느끼게 된 건 어쨌거나 '강변 CGV 문화충격'때 부터였고
'아, 그렇다면 나는 이제부터 영화관에 분명 자주 오게 될테니까 이 티켓이 내가 보낸 시간의 이정표가 될수도 있겠다'
는 생각도 손톱만큼은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처음의 이유는 '그냥'이다.
그냥, 표를 버리고 싶지가 않았어.

내가 영화표를 모으는 사람이 되고 나니깐
함께 영화를 보게 된 사람들이 그 영화표를 챙기는지 버리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인다.
딱히 상대가 중요해서 영화표를 모으는 건 아닌데도
아무생각없이 영화표를 버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왠지 '서로 신경쓸 필요없는 존재인 거구나'라고 생각해 버리게 되고
영화표따위 신경 안 쓰고 버릴것 같던 인물이 의외로 표를 챙기겠다고 말할 때면
새삼 다시보게되는 면도 분명히 있다.




모으고 보니 2008년이 딱 10년째가 되는 해다.
매수를 살펴보면 각 연도마다 대략 납득이 갈 만큼의 티켓수 증감이 있는데
2006년도에 갑자기 턱없이 티켓수가 감소했다.
이유는 아마도..
2006년 구입한 pmp폰으로 영화 다운로드 받아서 보는 재미에 영화관에 덜 가게 됐기 때문일텐데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내 행동이 안타까울 뿐이다.

1. 흔들리는 차안에서, 작은 화면을, 가까운 거리에서 집중해서 보느라고 나빠졌을 내 시력에 대한 안타까움
2. 아무것도 안하고 비워두는 시간에, 내머릿속과 마음속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뤄지는 사유와 정리와 창조를.. 기어코 뭔가 행위로 메꿔버린데 대한 안타까움
3.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영화들에 대한 영화표가 없다는 게 역시나 '그냥' 안타깝다





표를 모으던 초반에 영화표는 이렇게 생겼었다.


크고, 종이질감도 만족스럽고 '입장권'이라고 적혀 있는 모양도 서울시내 어느 극장이나 비슷했다.


내가 가는 극장에선 모두 저렇게 생긴 표를 내 줬기 때문에
'영화표는 당연히 저 사이즈에 저런 모양이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했다.



그 와중에 좀 맘에 안 드는 영화표를 쓰는데가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24시간 내내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이 매력이었던 MMC.
(아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발권시간을 보면 당당하게도 1월 1일 새벽 4시 32분이다 ^^)


MMC의 영화표가 맘에 안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티켓의 '크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있던 다른 영화관 티켓들과 모아두면 MMC의 영화표만 대열 속에서 헐렁하게 빠지는 것이
영화표 모으던 초창기에는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ㅋㅋ

영화관 주변에는 영화티켓을 가져오면 할인이나 무료 서비스가 추가되는 가게들이 있기 마련인데
내 경우, 그런식으로 영화표를 없애고 싶지도 않고 표를 훼손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보통은 그런걸 이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딱 한번 '툼레이더'영화티켓에 붙어있는 롯데리아 콜라 쿠폰을 뜯어내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아마도 MMC영화표가 맘에 안들어서 저지른 짓(짓?)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어떻게 보면 좀 귀엽게도 보이는 저 '초창기부터 미니사이즈인 MMC 영화티켓'이
요즘은 저렇게 큰 사이즈로도 만들어져 나온다.
(10년의 격세지감, 그래도 촌스런 칼라의 MMC마크만은 유지해 주세요!!!!)




그렇게 MMC의 미니사이즈 영화표가 맘에 안들었지만
영화관들은 오히려 점점 그런 종류의 미니사이즈 티켓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우측 제일 위에 '내남자의 로맨스'는 신촌의 아트레온 영화관 티켓이고
좌측 위에서 세번째 CQN은 씨네콴이라고 발음해야 하는 영화관인데 영화관 이름도, 영어약자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 점이 참 별로...
(다시보니깐 위에 사진속에 '친절한 금자씨'티켓이 두장이 있는데, 그건 두 번 봐서 그런거...)





요즘 2007,2008년의 영화티켓에는 그림도 들어가고, 영화 광고도 들어가 있다.
그래서 어차피 같은 영화라면 영화표 디자인이 예쁜 곳에 가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바로 위에 만화가 그려진 저 영화표들은 쓸데없이 티켓사이즈가 더 큰데,
이에 대해서  '규격사이즈(?)가 아니라니 정말 싫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 디자인으로 된 티켓 시리즈를 다 모으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모을 수가 없어 ㅠㅠ'
이런식으로 생각하게 된 걸 보면
10년간 나도 많이 변했나 보다 ㅋ


같은 CGV라도 지점에 따라서 티켓모양이 다를 때도 있기 때문에
CGV공항점 영화표 스트레이트 플래쉬~

이런식↗ 으로 '오직 영화표 디자인 때문에' 특정 영화관에만 계속 가는 일도 생긴다.
물론 CGV공항의 경우는  티켓 디자인보다는 공항이라는 지역 특징이 훨씬 매력있지만 ~~






롯데 시네마는 거의 가본 적이 없는데 영화표는.. 저렇게 세로로 인쇄된 방식도 특이하고, 티켓자체의 디자인도 예쁘다.
예술영화 전용관(??)의 영화티켓들도 디자인자체로 뭔가 자기 영화관만의 이미지를 확실히 하거나 하면..
더 괜찮지 않을까





왼쪽에 부천국제영화제(PiFan) 영화표
우상에 전주국제영화제(Jiff) 영화표
우하에 부산국제영화제(Piff) 영화표인데
영화표 모으는 사람들을 위해서 전주국제영화제 측에선 좀 더 분발을 해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예쁜 영화티켓들이 판을 치는 이 시점에...
프리머스 시네마에선 발칙하게도 이따위↓ 영화표를 선보였다....


영수증 겸용이라구?
이런 버르장머리없이 생긴 것을 과연 영화표랍시고 보관씩이나 해줘야 한단 말인가...!!
아래를 보면↘


이건 진짜로 티켓영수증이다.
아마도.. 예전에 핸드폰티켓인가?? (핸드폰티켓 KIN 맘에 안들어요 ㅡㅡ) 
그런 게 있단걸 알고 처음엔 신기해서 핸드폰에 티켓을 받은 다음에
그래도 뭔가 손에 잡히는 걸 챙겨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수증이나마 얻었뒀던 게 아닐까 싶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아무튼 저런건 '고작 영수증'일 뿐이다.
"그런데도 프리머스는 저런 영수증따위를 티켓이랍시고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있구나"
라고 몇개월간 조금 분노하면서도, 영화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머스에 영화를 보러갈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보니 이런↓ 제대로된 영화표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자동발급기에서 발급받으면 영수증티켓이 나오고 티켓창구에서 발급받으면 표같이 생긴 표가 나오는 것이었던 모양..;;

그래도 지난 수개월간 이미 영수증티켓에 많이 익숙해져서 자주 보다보면 정 든다고...
지금은 오히려 영수증 영화티켓이 더 친근해요 ^^;;






전산화된 세련된 영화티켓만 모으던 지난 10년간 아래와 같은 영화표를 '여전히' 몇번 만난 적이 있다.


요즘도 이런 곳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당시, 신촌에 '영화마당'이라는 곳에서는
무려 2002년이던 저 시점까지 여전히 저런 구식 영화표를 사용했었다.
당시엔 저 영화표를 받아들고 조금 언짢았지만
지금은 다른 멋진 영화표들을 꽤 많이, 두툼하게 가지고 있으므로
너의 그 구세대스런 모습이 오히려 희소성이 있어..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 ㅋㅋ


사실, 저런 구식 영화표는 문제도 안된다.
훨씬 극도로 아날로그적인 영화티켓이 여기 하나 있긴 하다.


시사회가서 받은 영화티켓인데 '7관 K9'라고 대충 써 놓은 게 전부인 진짜로 성의없는 티켓.
이 헐벗은 영화표의 맨살위에... 내가 직접 시간과 영화제목, 날짜, 영화관을 기록했다.
난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닌, 내가 보낸 시간에 제대로된 명찰을 붙여줄 수 있는 영화표를 원한단 말이야.



보관한 영화표들이 나에게 모두 소중한 대접을 받은 건 아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주연배우 무대인사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선 굳이 아주 머~~언 영화관까지 달려가서 봤던 영화다.
애초에 목적이 '영화'가 아닌 '배우'라서인지 티켓도 저렇게 소홀하게 취급되다가
그나마 나중에 내가 영화표를 챙길 정신이 돌아왔을 즈음에 다시 발굴(?)해냈다.
세탁물 속에 섞여 들어갔다가 구사일생 살아남은 영화표...
화이팅...!!

Posted by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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