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월미도에 고양이 두마리가 길가의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이녀석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서해바다가 보이고
사람들은 이 동네에 와서 해산물을 먹는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찾아서 먹게 될 음식물 쓰레기는 아마도
덜 상해서 아직 먹을만한 생선 한토막일 수도 있겠다.


이 고양이들이 불쌍한걸까?

사람이 아닌 동물들은 자기연민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옛날에 영화 'GI 제인'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비슷한 표현은
'떨어지는 새도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는 않는다' 이런 종류의 얘기였던가??

얼마전에 본 다큐영화 '지구'에서 슬로우모션으로 잡힌 두 장면..
백상아리가 물개를 잡아먹는 장면과 치타가 가젤을 사냥하는 장면..에서
난 사실.. 비극같은 건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먹고 먹힐 생물 각각의 클로즈업된 근육들.. 하나하나가 떨리는 모습에서
오히려 에로티시즘과 숭고함이 교차하는..
그런 생명의 ...도가니 자체만이 보일 뿐이었어.
마지막 순간까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던 가젤은 그 때 스스로가 불쌍했을까?
그럴리가...!!

이런 얘기는 어떨까?
어디서 주워온 5개월령 아기고양이가 미친거 같다며
고양이 목에 줄을 묶어서 물웅덩이에 내팽개치기를 수십번..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기고양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그 어린 학대자들을 향해
정의감으로 충만한 훈계의 말을 날리며 아기고양이를 뺏은 후
그 '불쌍한'고양이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았을 때
물에 쫄딱 젖은 아기고양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몸단장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니까..
어린시절 개미를 학대하며 논 경력이 있는 이 '지나가던 사람2'는
오히려 그 어린 학대자들을 꼭 안아주며 다신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는 편이
그... 스스로를 결코 가엾게 여기지 않는 용감한 피학대자를
보호라는 이름으로 품안에 가두고서야 안심하는 편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는 정말 불쌍한거야?
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