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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5 파니핑크 : Keiner liebt m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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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행복에 꼭 남자가 필요한 건 아니죠. 하지만 올해 서른이 되고...

혹시 이런 말 아세요?

‘여자가 서른넘어서 결혼할 확률은 원자폭탄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

...


전 혼자 살아요. 한 4년 정도 됐죠.

아주 좋아요. 그래요, 혼자 사는게 좋아요!

하지만 원했던 건 아니에요. 사귄 남자가 둘 있었죠.

두 번째 남자와 헤어진 후 91년에 에이즈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었죠. 그후 아무도 안 만났어요.

그후 만난 남자들은 결혼했거나 호모였어요.

더 이상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죠.

정말 낭비죠. 커피나 마시러 가고...

..첫 시작은 항상 커피 한잔으로 이루어지죠

밥 먹으러 가고 얘기하고, 같이 자고...

모든 게 다시 시작됐죠

담배 피우고, 속옷을 사고, 헬스 클럽도 다니고, 냉장고엔 항상 맥주를 채워두고

남자의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를 거북이로 바꾸고...

그러고나면...

남자는 너무 가까워진 것을 겁내기 시작하죠

그리 매력적인 얘기는 아니죠?

나 자신조차도 날 사랑하는 건 힘들 거 같아요.




고등학교 독일어 시간에
왠지 독일 사람같은 분위기가 강하던 독어 선생님께서 가끔 독일 영화를 보여주셨는데
파니핑크도 그때 처음 보게된 영화다.
선생님 생각에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봐선 안될만한 장면을
빨리감기로 얼른 넘기시려다가(주로 비디오로 영화를 보던 시절)
오히려 결정적인 장면(?)에서 멈춤이 돼 버려서 계속 당황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벌써 15년이나 된 영화라서 그런지
위에 파니가 결혼정보회사에 자기 소개 테잎을 보내기 위해 녹화하는 내용으로만 봐도
현재 2008년 분위기랑은 사고방식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외로움을 일시적으로나마 달래주는
고독산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시대..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의 지.루.한. 독.일.만큼이나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절실한 시대..
(DVD에 같이 들어있던 김혜리 기자의 리뷰글에서..↑)
우리가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 영화는 여전히 재밌는 거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점술사 오르페오를 우연히 알게 되는 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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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오에게 상담을 하러가서 털어놓는 파니의 고백은 정말..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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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내 삶이 레코드판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줄 한 줄 씩...

나 자신이 그걸 느껴요

레코드 바늘이 어디쯤 있을까요?

끝부분? 중간쯤? 아니면 이미 끝난건지도...

제가 알고 싶은건..

제게 과연 대화 상대가 생길까 하는 거예요

“날씨가 너무 좋아” “열쇠 잊지마” 같은 말을 나눌 수 있는...

아니면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파니핑크, 내 인생엔 네가 필요해”



사기꾼같은 오르페오(사기꾼 맞아.. ㅋ)가 파는 고독상품을
파니는 잘도 구입한다.
그러니까.. 저런↑↑ 처절한 상담을 해온 외로운 파니에게 오르페오는
아파트의 새 관리인을 파니의 마지막 인연인 것처럼 말해서
파니로 하여금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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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오 입장에서야 어떤 의도였든간에
파니입장에서 오르페오에게서 받은 건,
결국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체험이다.
내 기준에서가 아닌 사랑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필요한 관심과 애정.

일단 사랑이란 이름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보면..↓
 

죽음을 자주 생각하죠 사람들은 이해 못하더군요

밤에 잠 못 이루고 심장 박동 소릴 들을 때가 있죠

이 작은 근육 덩어리(심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니...

육체가 썩는다는 생각을 하면 미치겠어요

그래서 고기를 못 먹어요

죽은 후 먹어 치운 동물들을 모두 만난다고 상상해 봐요

돼지, 소, 닭, 모두가 나를 차갑게 노려 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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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할 수 있었을지 모를 아파트 관리인의 저런 말 때문에
파니의 애매모호하던 영감은 순식간에 정말 필연적인 어떤것이 돼 버린다.
물론 누군가가 자신의 꽃이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되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저 말을 들은 파니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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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갔습니다..(바보)
 
그리고 아래는↓ 무슨일인지 혼자 훌쩍거리고 있던 아파트 관리인을 본 파니가
자기감정에 도취돼서 하는 말이다.

 

다 잘될거예요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마지막 남자 친군 의사였는데 3년간 사귀었죠

날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훌쩍 떠나버렸어요

마치 꿈같이.. 모든 것이 사라진 거죠

그래서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려 했어요. 9층에서요

보세요, 아직도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삶은 아름다울 수 있어요.

우리도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당장 내일일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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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아파트 관리인)는 그저 고양이 알러지로 훌쩍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감에 휩싸인 파니가 자의적인 상상만으로 상황을 해석하다보니
지레짐작으로 옷까지 반쯤 풀어헤치게 된 것이다..ㅎ
(지금 다시 옷 추스리고 있는 중..)


이렇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명분아래 자기 상상만으로 채워지는 사랑.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되던 사랑.
이런 공허한 사랑이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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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오..그러니까 오르페오가 파니에게 마지막으로 팔아치우는 '특별고독상품' 덕분에
명분따윈 없어도 실질적으로 채워진 사랑.. 아니 관심.. 애정..으로 변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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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안에서...
그러니깐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던 파니가 어느샌가
남에게 관심을 갖는 법에 대해서 자기도 모르게 배워가게 된 것이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오르페오가 원하는 금딱지 조금 챙겨주는 거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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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만들어 주는 따위의 일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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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대가 아닌가..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씨 책에서
"릴케는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는 평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진심으로 여자를 사랑한 경험을 가진 남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이에 대해 '남몰래 꺼내보고 좋아할 수 있는 안주머니 속 어떤 보물' 이라고도 하던데
감성지존 릴케의 원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정말 사랑을 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식으로 바꿔도 될 거 같기도 하고..



사랑하는데 서투른 사람들이
오르페오같은 사람없이(난 그런 사기꾼 원하지도 않아~ )
타인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는 법을 배우려면 글쎄..
요리같은 걸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솜씨를 뽐내는 요리가 아니라
최대한 먹는 사람입장에서의 요리를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다른 사람 입장에서의 관심을 주는 법(그게 사랑이든 뭐든..)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 영화 정말 너무 재밌다~
그냥  맘에 드는 대사들 때문에 포스팅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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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